음반소개
My songs are like chocolate in a box of chocolates. So please enjoy it.
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다. 그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. 노래를 부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그들과 공유하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갔다. 때때로 자신의 무게보다 훨씬 더 과분한 사랑을 오래 받고 있다고도, 행복하다고도 생각했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막상 그와 그 사람들 사이에 느껴지는 감정의 무게가 같지 않음을 깨닫는 일들이 찾아올 때마다 조금 벅찼다. 그 사람이 좋아했던 그의 모습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의미가 없어짐에서 나오는 상실감 때문이었다. 가끔씩은 슬펐고, 또 가끔은 무서웠다. 마음이 가난해지는 날들이 꽤 오래 이어질 때도 있었다.
그렇게 찾아오는 우울의 시간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냥 묵묵히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다. 숨을 한번 고르고 그냥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, 가장 잘하는 일을 계속 한다. 눈 앞에 그가 사랑하는, 그를 사랑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린다. 그 사람들이 그에게 보여줬던 단단한 믿음을 생각한다. 그러다 보면 끝없는 암흑 속에 허우적거리던 다리는 어느새 땅에 닿아 그가 딛고 있는 현실이 느껴진다. 이것이 그가 인생의 쓴 초콜릿을 넘기는 방법이었다.
그리고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지금, 그는 그 쓴 초콜릿마저도 결국에는 초콜릿이었다는 걸 깨닫는다. 초콜릿이 무슨 맛이든 결국은 초콜릿이라는 거. 어떤 것을 먹든 결국은 달콤한 끝 맛이 남는다는 거. 지금 입에 넣은 초콜릿이 조금 쓰다 느껴져도 실망하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거. 스쳐갔던 그 어떤 만남이든 결국 그의 처음과 그 사람의 끝 사이에 씨실과 날줄로 엮여 존재하는 시간이었고 몇천 번, 몇만 번의 확률로 만난 그 촘촘한 시간의 틈 안에 쌓인 그때의 이야기는 결국 ‘우리’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그는 이제야 안다.
이제 새로운 앨범으로 당신의 앞에 서는 지금, 나는 이 앨범이 당신에게 초콜릿 박스 같길 바란다. 한입 깨물기 전까지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듯, 플레이한 나의 노래들이 기분 좋게 당신의 상상을 뒤집을 수 있길 바란다. 우연히 거리에서 들은 내 노래로 나를 새롭게 알아가길 바란다. 당신의 아침을 상쾌하게 하고, 나른한 오후에 설렘을 주고, 당신의 밤에 달콤한 상상을 드리우길 바란다. 당신의 마음을 건드리고 그 노래를 들은 당신이 옛 기억으로 눈물짓기를, 가끔은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프기를, 그렇게 노래를 들으며 다양한 감정과 기억을 맛볼 수 있길 바란다. 내 노래를 듣는 그 시간만큼은 당신과 나의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우리만의 시간임을 알아주길 바란다.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처럼 당신도 그렇게 나를 생각해주길 바란다. 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이 앨범을 준비했다.
그래서 그는 지금도 여전히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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